계약금을 보내기 전날 밤, 빌라 전세 매물 하나를 붙잡고 있는 세입자가 있습니다. 실제 인물이 아니라 이 글을 위해 그려 본 장면이에요.
중개사는 “여기 보증보험 돼요”라고만 했습니다. 시세 앱을 열어 봐도 이 집 가격은 뜨지 않고, 손에 쥔 숫자라고는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에서 찾은 공시가격 하나뿐입니다.
그 숫자 하나로도 꽤 많은 게 정해집니다. 2026년 3월 머니투데이 보도에 나온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31.72㎡)는 공시가격이 1억 500만 원으로 전년과 같았는데요. 이 집에 근저당이 하나도 없다고 가정하면, HUG 전세보증에 들어갈 수 있는 보증금은 1억 3,230만 원까지입니다. 실제 등기부가 어떤 상태인지는 보도에 나오지 않아서, 어디까지나 가정 계산이에요.
HUG 전세보증보험(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금액 기준은 한 줄입니다. 전세보증금과 선순위채권을 더한 금액이 주택가격 × 90% 안이어야 해요. 공시가격이 있는 구분등기 빌라(연립·다세대)는 주택가격을 공시가격의 140%로 잡으니, 보증금 상한은 ‘공시가격 × 126% − 등기부 을구에 적힌 근저당 금액(채권최고액)’이 됩니다.
아파트와 주거용 오피스텔은 시세가 먼저라 126%를 대입하면 틀린 답이 나옵니다. 가입은 잔금일과 전입신고일 중 늦은 날부터 계약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2년 계약이면 대략 1년 안)에 신청해야 하고요.
이 글은 HUG 기준이고, 2026년 10월 18일에 확인한 HUG 상품 안내를 따랐습니다. 10월 30일 신청분부터 바뀔 예정인 부분은 뒤에서 따로 짚을게요.

시세 없이 공시가격만 있을 때
판정식에서 집마다 달라지는 숫자는 ‘주택가격’입니다. HUG는 주택 유형별로 어떤 가격을 먼저 쓸지 순서를 정해 두었어요.
감부터 잡아 볼까요. HUG 상품 안내에 실린 예시는 주택가격 1억 원인 집입니다. 90%인 9,000만 원이 기준선이라 보증금 9,000만 원은 가입 가능, 9,500만 원은 불가예요. 500만 원 차이로 갈립니다.
빌라(연립·다세대)는 국토교통부가 공시하는 공동주택가격, 흔히 말하는 공시가격의 140%가 1순위 주택가격입니다. 여기에 90%를 곱하면 140% × 90% = 126%. 근저당이 없는 빌라의 보증금 상한이 공시가격 × 126%가 되는 이유가 이 곱셈이에요.
| 항목 | 빌라 (연립·다세대) |
아파트· 주거용 오피스텔 |
|---|---|---|
| 1순위 주택가격 | 공시가격 × 140% | KB시세·부동산원 시세 (오피스텔은 하한가) |
| 1순위가 없으면 | 안심전세앱 시세 하한가 등 다른 가격(신축처럼 공시가격이 아직 없을 때) | 공시가격 × 140% (오피스텔은 국세청 기준시가) |
| 근저당이 없을 때 보증금 상한 | 공시가격 × 126% | 시세 × 90% |
표에서 보듯 126%는 공시가격이 있는 빌라의 숫자입니다. 아파트 공시가격에 126%를 곱해 “이 정도면 된다”고 판단하면, 실제로 쓰이는 시세 기준과 어긋나요.
예외도 있습니다. 임차인이나 임대인이 받은 감정평가서(6개월 이내)가 있으면 이 순서보다 먼저 쓰일 수 있고, 다가구·단독주택은 먼저 들어온 다른 세입자 보증금까지 합쳐 계산하는 방식이 달라요. 해당한다면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개요를 따로 보세요.
주택가격은 보증을 승인하는 날의 가격으로 봅니다. 공시가격은 해마다 새로 정해지니 같은 집도 해마다 상한이 달라질 수 있어요. 화곡동 빌라처럼 공시가격이 제자리면 상한도 제자리입니다.
근저당이 있으면 보증금 칸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선순위채권은 내 보증금보다 먼저 돈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는 담보채권이에요. HUG는 이걸 등기부등본 을구의 근저당 금액과 등기일자로 확인하라고 안내합니다.
헷갈리기 쉬운 건 집주인이 말하는 ‘남은 대출’입니다. 등기부 을구에 근저당으로 적히는 금액은 채권최고액이고, 보통 실제 대출 원금보다 크게 잡혀요. “대출 조금 남았어요”라는 말과 계산에 넣을 숫자가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빌라라면 식이 이렇게 됩니다.
보증금 상한 = 공시가격 × 126% − 을구 근저당 금액(채권최고액) 합계
앞의 그림이 이 계산이에요. 공시가격 1억 5,000만 원짜리 빌라를 가정하면 주택가격은 2억 1,000만 원, 그 90%는 1억 8,900만 원입니다. 근저당이 없으면 보증금 1억 8,000만 원은 가입 가능하고, 1억 9,000만 원은 100만 원이 넘쳐 불가예요.
같은 빌라에 채권최고액 6,000만 원짜리 근저당이 하나 있다면 상한은 1억 8,900만 원 − 6,000만 원 = 1억 2,900만 원으로 내려갑니다. 이 집에 보증금 1억 5,000만 원으로 들어가면 합계가 2억 1,000만 원이라 가입할 수 없어요. 보증금을 2,100만 원 이상 낮추거나, 잔금일에 근저당을 말소·감액한다는 특약을 받아야 기준 안으로 들어옵니다.
두 계산 모두 공시가격과 근저당 금액을 정해 둔 예시입니다. 내 집은 내 공시가격과 내 등기부 숫자로 다시 계산해 보세요.
근저당만 따로 보는 조건도 있습니다
근저당이 너무 크면 합계가 90% 안이어도 막힙니다. HUG 상품 안내와 자주 묻는 질문은 선순위채권이 ‘주택가액(주택가격 × 90%)의 60% 이내’여야 한다고 적고 있어요. 주택가격으로 바꾸면 54%입니다.
HUG 예시가 이 경우예요. 주택가격 1억 원 집에 보증금 4,000만 원, 선순위채권 5,500만 원이면 불가입니다. 합계 9,500만 원이 9,000만 원을 넘고, 5,500만 원은 주택가액 9,000만 원의 60%인 5,400만 원도 넘기 때문이죠. 보증금이 작아도 근저당 때문에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HUG의 10월 30일 시행 예정 제도개선 공지는 같은 조건을 ‘주택가격의 60%’로 적고 있어 표현이 다릅니다. 근저당이 주택가격의 54~60% 사이에 걸린다면 HUG 콜센터(1566-9009)에 어느 기준이 적용되는지 확인하세요.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붙이면
90% 판정에는 보증금만 들어갑니다. 월세는 전월세전환율 6.5%(2026년 7월 1일 신청분부터)로 환산해 보증금 상한(수도권 7억 원·그 외 5억 원 이하)을 확인할 때만 쓰여요. 그래서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면 90% 기준을 맞출 수 있습니다.
앞의 머니투데이 보도에서 서울 관악구의 한 공인중개사가 “보증보험 가입 기준에 맞추다 보니 보증금을 낮춘 반전세 매물이 대부분”이라고 전한 것도 이 구조입니다.
금액이 맞아도 가입이 막히는 집
계산을 통과해도 서류에서 걸리는 집이 있습니다. 빌라 계약에서 대표적으로 확인할 것은 아래 다섯 가지예요. HUG 안내에는 이보다 많은 조건이 있으니 이게 전부라고 보지는 마세요.
- 등기부 갑구의 권리침해: 경매신청·압류·가압류·가처분·가등기 등이 없어야 합니다.
- 건축물대장의 ‘위반건축물’: 불법 증축이나 용도변경으로 위반건축물로 적힌 집은 막힙니다(아파트는 이 조건에서 빠져요).
- 집주인이 보증금지 대상: 보증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돌려준 뒤 갚지 않은 임대인입니다. 2026년 10월 1일 신규 신청분부터는 HUG뿐 아니라 HF·SGI서울보증이 대신 돌려준 임대인도 포함돼요.
- 건물·토지 소유자 불일치: 건물과 토지(대지권)가 모두 집주인 소유여야 합니다.
- 계약서 조건: 공인중개사를 통해 쓴(날인한) 계약서, 계약기간 1년 이상이어야 합니다.
집주인이 보증금지 대상인지는 계약 전에 안심전세앱(안심조회 > 임대인 정보조회)에서 조회할 수 있어요.
계약금을 넣기 전 확인 순서와 가입 기한
공시가격과 등기부가 계산의 재료이고, 나머지는 막히는 이유를 걸러 내는 단계입니다.
- 공시가격 조회 —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에서 그 호수의 공동주택가격을 찾습니다.
- 등기부 갑구·을구 — 인터넷등기소에서 발급해 갑구는 권리침해, 을구는 근저당 채권최고액 합계를 봅니다.
- 건축물대장 — 위반건축물 표기가 있는지 봅니다.
- 안심전세앱 임대인 조회 — 집주인이 보증금지 대상인지 확인합니다.
- 판정식 계산 — 공시가격 × 126% − 채권최고액 합계를 내 보증금과 비교합니다.
- 넘는다면 — 보증금 감액(월세 일부 전환 포함), 잔금일 근저당 말소·감액 특약을 요구하거나 계약을 다시 검토합니다.
말소를 조건으로 한 근저당은 잔금일에 실제로 말소돼야 합니다. 약속만 있고 등기부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가입이 막힐 수 있어요.
HUG는 제도개선 Q&A에서 계약서에 이런 특약을 넣어 보증 가입 거절에 대비하라고 권합니다.
“임대인 사유로 전세보증(보험) 가입 불가 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 HUG 전세보증 제도개선 Q&A(2026년 9월 9일 공지 첨부)
HUG가 권한 문구이지, 이 한 줄로 어떤 분쟁에서든 결과가 보장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입 기한은 계약기간의 절반
신규 계약은 잔금일과 전입신고일 중 늦은 날부터 계약기간의 1/2이 지나기 전에 신청합니다. 2년 계약이면 대략 1년 안이에요. “잔금 후 3개월” 같은 숫자는 다른 보증 상품의 기준이라 섞으면 안 됩니다.
가입하려면 그 집에 살면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은 상태여야 합니다. 전입신고가 보증금 보호에서 갖는 의미는 전입신고가 늦을 때의 과태료와 대항력이 생기는 시점을 정리한 글에서 이어서 볼 수 있어요.
10월 30일 신청분부터는 이사 전 ‘사전한도심사’ 예정
HUG가 2026년 9월 9일 사전 안내한 내용으로, 10월 30일 보증 신청분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10월 18일 지금은 아직 시행 전이에요.
이사하기 전에 주택가격과 집주인 보증금지 여부를 먼저 심사받는 제도입니다. 계약 체결일부터 계약 시작일 14일 전까지 안심전세앱에서 신청하고, 결과는 보통 7일 안에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온다고 안내돼 있어요.
통과하면 이사 뒤에 주택가격이 떨어지거나 집주인이 보증금지 대상이 돼도 결과에 영향이 없습니다. 주택가격은 처음 사전한도심사를 신청한 때를 기준으로 잡아요.
대상은 구분등기된 아파트·주거용 오피스텔·연립·다세대이고,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만 19세 이상 한국인 개인이어야 합니다. 보증금의 5% 이상을 계약금으로 내고 임대차 신고까지 마친 상태여야 하고요. 통과가 곧 보증서는 아닙니다. 이사 뒤 본심사(잔금·전입 확인)를 거쳐 보증료를 내야 발급돼요. 같은 날부터 상품명도 ‘전세반환보증’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전세대출을 받는다면 한 가지를 더 봐야 합니다. SGI서울보증이 아닌 다른 기관이 보증하는 전세대출(질권설정·채권양도 방식)이면 HUG 보증이 안 되니 대출 은행에 어느 기관 보증인지 확인하세요. SGI서울보증·HF도 전세보증을 팔고 있고 기준은 HUG와 다를 수 있습니다.
중개사의 말보다 믿을 것은 등기부와 공시가격입니다
제가 이 기준을 처음 읽었을 때 가장 오래 들여다본 건 ‘선순위채권’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식은 단순한데, 그 자리에 들어갈 숫자를 누구 말로 채우느냐에 따라 결론이 뒤집히니까요.
“보증보험 돼요”는 확인 결과가 아니라 말입니다. 공시가격과 등기부 두 장이 있으면 그 말을 내 손으로 검산할 수 있어요. 기준을 넘는다면 보증금 조정이나 특약 이야기는 계약금을 보내기 전에 꺼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기준 자체도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HUG 사장은 2026년 10월 15일 국정감사에서 지금의 90%를 단계적으로 80%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 있다고 했고, 시점은 말하기 어렵다고 했어요(쿠키뉴스 보도). 정해진 건 아직 없지만, 오늘 계산이 몇 달 뒤 계약에도 그대로 맞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계약 직전에 HUG 안내를 한 번 더 열어 보고, 계약금은 내 손으로 계산한 숫자를 확인한 뒤에 보내야 합니다.
출처: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개요 ·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자주하는 질문 · HUG 공지 「전세보증 제도개선 사전 안내」(2026년 9월 9일) ·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 인터넷등기소 · 머니투데이 2026년 3월 24일(빌라 공시가격·반전세 보도) · 쿠키뉴스 2026년 10월 15일(HUG 국정감사 보도) · HUG 콜센터 1566-9009 · 금액 예시는 공시가격 1억 5,000만 원·근저당 6,000만 원 및 근저당 없음 가정 계산 · 확인 기준 2026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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