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에게 보증금 이야기를 꺼냈더니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다음 세입자 들어오면 바로 돌려줄게요. 조금만 기다려 줘요.”

새 집 이사 날짜는 이미 잡혀 있는데요. 기다리는 동안 이자라도 붙겠지 싶어 일단 지금 집에서 지내며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면서 기다린 기간에는 지연이자가 붙지 않습니다.

보증금 지연이자는 만기가 지났다는 것만으로는 생기지 않아요. 세입자가 집을 비워 주고(이사, 열쇠·비밀번호 넘기기) 그 사실을 집주인에게 알린 뒤부터 집주인이 늦게 준 책임을 집니다.

그때부터는 연 5%로 계산합니다. 계약서에 지연이자를 따로 정해 두지 않았다면 민법이 정한 이율이에요. 그래도 돌려주지 않아 보증금반환 소송을 내고 판결을 받으면, 소장이 집주인에게 송달된 다음 날부터는 연 12%로 올라갑니다.

보증금 2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차이가 꽤 큽니다. 만기 뒤 그 집에 살면서 기다린 90일은 0원, 집을 비우고 알린 뒤의 90일은 약 247만 원이에요.

다만 이자를 받겠다고 그냥 이사부터 하면 보증금을 먼저 돌려받을 순위를 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순서는 임차권등기 → 이사 → 집주인에게 통지예요.

개인 집주인과 맺은 주택 전세·월세 계약, 계약서에 지연이자 특약이 없는 경우를 기준으로 2026년 10월 17일 현행 법령과 대법원 판례를 확인해 정리했습니다. 집주인이 회사(법인)이거나 계약서에 이율을 따로 정해 두었다면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요.

만기 날이 아니라 ‘집을 비웠다고 알린 날’이 기준입니다

집을 비워 주는 일과 보증금을 돌려주는 일은 서로 맞바꾸는 관계입니다. 세입자가 집을 내줄 준비를 마치지 않았다면, 집주인도 보증금을 늦게 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만기 뒤에도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그 집에 사는 건 잘못이 아닙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거든요. 다만 그렇게 사는 동안 지연이자는 0원입니다.

이사는 했는데 말을 안 했다면

대법원이 2002년 2월에 판단한 사건이 있습니다. 세입자가 집에서 나왔지만 그 사실을 집주인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였어요.

대법원은 집에서 나오면서 집주인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집을 내줄 준비를 마쳤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보증금을 늦게 준 책임을 물으려면 세입자가 집을 비워 줄 준비가 됐다는 걸 집주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판단이에요.

그러니 이자의 출발점은 이사한 사실만이 아니라 집을 비우고 그 사실을 집주인에게 알린 날입니다. 실무에서는 보통 그 다음 날부터 이자를 계산해 청구해요.

알릴 때는 나중에 날짜를 증명할 수 있는 방식이 좋습니다. 문자나 카카오톡처럼 날짜가 남는 메시지면 되고, 다툼이 예상되면 내용증명을 보내도 됩니다. 언제 집을 비웠고 열쇠·비밀번호를 어떻게 넘겼는지가 이자 시작일을 정하거든요.

이렇게 시작된 이자는 집주인이 실제로 보증금을 돌려준 날까지 붙습니다.

연 5%가 12%로 바뀌는 건 소송에서 판결을 받을 때입니다

보증금을 못 받은 기간은 이렇게 세 구간으로 나뉩니다.

보증금 반환이 늦어진 구간별 지연이자율(개인 집주인·지연이자 특약 없는 주택 임대차)
구간 이율 이유
만기 뒤 그 집에 살면서 기다리는 동안 없음 아직 집을 비워 주지 않았기 때문
집을 비우고 알린 다음 날 ~ 소장 송달일 연 5% 민법이 정한 이율(계약서에 따로 정한 이율이 없을 때)
소장 송달 다음 날 ~ 다 갚는 날 연 12% 보증금반환 소송에서 판결을 받은 경우(소송촉진법)

5%는 세입자가 손해를 따로 증명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이율입니다.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가 안 구해져서 돈이 없었다”고 해도 이 책임에서 빠질 수 없어요. 계약서에 지연이자율을 따로 적어 두었다면 그 이율을 따릅니다.

12%는 보증금이 늦어진다고 저절로 붙는 이율이 아닙니다. 소송을 내서 판결을 받으면 소장이 집주인에게 송달된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만 12%로 계산하고, 그 전 구간은 그대로 5%예요. 12%는 2019년 6월부터 적용된 이율이고, 그 전에는 15%였습니다.

집주인이 원상복구비나 밀린 월세를 빼야 한다며 금액을 다투고 그 다툼에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 부분에는 판결 전까지 12%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어요. 실제로 공제할 돈이 있으면 그만큼 뺀 금액이 계산 기준이 됩니다.

소송보다 간단한 지급명령으로도 청구할 수 있는데, 이때 적용되는 이율과 시작일은 법원 안내나 대한법률구조공단(132)에서 확인해 두세요.

보증금 지연이자 계산, 내 보증금으로 해 보면

계산 자체는 단순합니다.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 연이율 × 늦어진 날수 ÷ 365. 5% 구간과 12% 구간을 따로 계산해서 더하면 돼요.

보증금 2억 원으로 가정해 볼게요

보증금 2억 원, 계약서에 지연이자 특약 없음, 개인 집주인, 공제할 돈 없음이라고 가정합니다. 날수는 예시로 90일씩 잡았어요.

  • 만기 뒤 그 집에 살면서 90일 기다림: 아직 집을 비워 주지 않았으니 지연이자 0원.
  • 집을 비우고 알린 다음 날부터 90일 뒤 돌려받음: 200,000,000원 × 5% × 90 ÷ 365 = 2,465,753원(약 247만 원).
  • 알린 뒤 90일째에 소장이 송달됐고, 그 다음 날부터 90일 뒤 돌려받음(판결을 받은 경우): 5% 구간 2,465,753원 + 12% 구간 200,000,000원 × 12% × 90 ÷ 365 = 5,917,808원, 합계 8,383,561원(약 838만 원).
예시(보증금 2억 원·특약 없음·90일씩 가정) 지연이자: 살면서 기다린 90일 0원, 집을 비우고 알린 뒤 90일 연 5% 2,465,753원, 판결 시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90일 연 12% 5,917,808원 더해 합계 8,383,561원.
예시(보증금 2억 원·특약 없음·90일씩 가정): 살면서 기다린 90일은 0원, 집을 비우고 알린 뒤 90일은 약 247만 원, 여기에 소장 송달 뒤 90일(연 12%)이 더해지면 약 838만 원입니다.

막대 길이를 보면 같은 90일이라도 12% 구간이 5% 구간의 2.4배입니다. 2억 원 기준으로 30일마다 5%면 약 82만 원, 12%면 약 197만 원씩 늘어나는 셈이에요.

내 경우에는 보증금 액수와 날짜만 바꿔 넣으면 됩니다. 구간을 나누는 건 세 날짜예요. 집을 비우고 알린 날, 소장이 송달된 날, 실제로 돌려받은 날. 위 금액은 가정 예시라서 각자의 지연이자와는 다릅니다.

이자를 받으려다 보증금 순위를 잃지 않는 순서

여기서 많이 헷갈리는 게 임차권등기입니다. 등기를 했다고 이자가 생기지는 않아요. 이자를 만드는 건 ‘집을 비우고 알린 것’이고, 임차권등기는 이사한 뒤에도 보증금을 먼저 돌려받을 순위(대항력·우선변제권)를 지켜 주는 장치입니다.

문제는 이자를 받으려면 이사를 해야 하는데, 등기 없이 그냥 이사하면 그 순위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순서가 중요합니다.

  1.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합니다.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세입자가 법원에 신청할 수 있어요. 비용과 신청 방법은 임차권등기명령 셀프 신청 비용과 보증금을 못 받고 이사해도 되는 시점을 정리한 글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2. 등기가 끝났는지 확인합니다. 신청만 해 둔 상태에서 짐을 빼지 말고, 등기가 마쳐진 걸 확인한 뒤 움직입니다.
  3. 이사하고 열쇠·비밀번호를 넘깁니다. 짐을 모두 빼고 집주인이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상태로 둡니다.
  4. 집주인에게 날짜가 남는 방식으로 알립니다. 문자·카카오톡 메시지로 충분하고, 다툼이 예상되면 내용증명을 씁니다.
  5. 알린 다음 날부터 연 5%로 계산해 청구합니다. 그래도 주지 않으면 지급명령이나 보증금반환 소송으로 넘어가고, 소송에서 판결을 받으면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12%가 됩니다.

집주인에게 보내는 메시지에 정해진 형식은 없습니다. 날짜와 상황이 분명하면 돼요. 예를 들면 이 정도입니다.

○월 ○일 ○○동 ○○호 이사를 마치고 짐을 모두 뺐습니다. 현관 비밀번호는 ○○○○입니다. 보증금 ○○○원을 아래 계좌로 돌려주시고, 반환이 늦어지는 기간의 지연이자도 함께 청구합니다.

집주인이 나중에 원금만 보내고 이자를 빼더라도 이자 청구가 끝나는 건 아닙니다. 받은 원금과 별도로 이자를 청구할 수 있어요. 다만 원금을 받으면서 “더 이상 청구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나 확인서에 서명하면 달라질 수 있으니, 서명하기 전에 문구를 꼭 읽어 보세요.

전세보증금반환보증(HUG·HF·SGI)에 가입했다면 보증기관에 이행을 청구하는 절차가 따로 있으니, 그 절차부터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이사하는 날, 집주인에게 보낼 메시지 한 통

이번 자료를 정리하면서 제가 가장 눈여겨본 건 대법원 판결의 그 한 줄이었습니다. 집에서 나왔어도 알리지 않았다면 집을 내줄 준비를 마친 게 아니라는 부분이요. 이사라는 큰일을 치르고 나면 집주인에게 연락하는 일은 뒤로 밀리기 쉽거든요.

저라면 이자 계산보다 순서부터 챙기겠습니다. 등기가 끝났는지 확인하고, 이사한 그날 집주인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그 화면을 캡처해 두는 것. 이자 시작일과 보증금 순위를 함께 지키는 데 필요한 건 이 세 가지입니다.

아직 만기 전이라 계약이 정말 끝나는지부터 헷갈린다면, 세입자 만기 통보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와 놓쳤을 때 나가는 날을 정리한 글을 먼저 보시는 게 순서에 맞습니다.

보증금을 기다리는 시간은 그 자체로 손해입니다. 그 손해가 이자로라도 돌아오게 하려면, 짐을 뺀 날 보내는 메시지 한 통을 미루지 마세요.

출처: 민법(국가법령정보센터)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국가법령정보센터) · 같은 법 제3조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연 100분의 12, 2019. 6. 1. 시행) · 주택임대차보호법(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1다77697 판결 · 상담 대한법률구조공단 132

다음으로 읽으면 좋은 노트

인터넷 자꾸 끊기면 위약금 없이 해지될까?

통신사 책임 장애가 한 달 누적 24시간 이상이면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습니다.

← 생활비의 다른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