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 끝나고 깨진 가구 모서리나 긁힌 냉장고 문을 보여 주면, 업체에서 이런 말을 듣기도 합니다.
“원래 있던 흠집이에요.” “이사하면 다 생기는 생활 흠집이에요.”
이 말을 들으면 이사 전에는 멀쩡했다는 걸 내가 증명해야 하나 싶어지죠.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 이사화물 표준약관이 정한 순서는 반대입니다.
이사업체는 자기 직원 등이 포장·운송·보관·정리에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면 이삿짐의 파손·분실을 배상해야 합니다. “원래 흠집”, “생활 흠집”이라는 말만으로는 책임을 벗지 못해요.
받는 것은 고칠 수 있으면 수리, 못 고치거나 없어졌으면 새 제품값이 아니라 그 물건의 당시 가액입니다. 기한은 계약에 따라 다릅니다. 표준약관을 쓰는 계약이면 짐을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업체에 알려야 하고, 약관이 다르거나 확인이 안 되면 눈에 보이는 파손은 잔금 전에 기록하고 숨은 파손은 받은 날부터 2주 안에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알리는 게 안전합니다. 업체가 끝내 거절하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를 거쳐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로 갑니다.
2026년 10월 16일에 확인한 공정거래위원회 「이사화물 표준약관」 기준이며,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국내인 일반이사·포장이사·보관이사에 씁니다. 표준약관은 모든 업체에 강제되는 약관이 아니라서, 내 계약서가 이 약관을 쓰는지와 통지 기한이 며칠인지부터 봐야 해요. 약관 사본은 업체에 요청하면 받을 수 있습니다.
업체가 주의를 다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배상한다는 원칙은 약관이 없는 계약에도 같습니다. 다만 허가 없는 개인 용달이나 계약서 없이 한 이사는 이 표준약관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적용받기 어려울 수 있어요.
‘원래 흠집’이 통하려면 업체가 보여 줘야 할 것
업체가 책임을 벗으려면 주의를 다했다는 걸 증명하거나, 정해진 면책 사유에 해당해야 합니다. 면책 사유는 네 가지로 정해져 있어요.
- 물건 자체의 결함이나 자연적 소모
- 물건의 성질로 생긴 발화·폭발·곰팡이·부패·변색 등
- 법령이나 공권력에 따른 운송 금지·압류 등
-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
여기서 1~3번은 그런 사유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사유가 생긴 데 업체 책임이 없다는 점까지 업체가 입증해야 해요. 업체가 거절했다면, 주의를 다했다는 증명이 있는지와 이 네 가지 중 무엇에 해당한다는 건지부터 물어보면 됩니다.
그렇다고 내 쪽 기록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잘못이 없다는 증명은 업체 몫이지만, 손상이 이사 중에 생겼다는 점을 사진과 피해확인서로 남겨 두면 다툴 거리가 줄어듭니다.
받는 돈은 새 제품값이 아니라 ‘그때의 가액’입니다
| 상황 | 받는 것 |
|---|---|
| 고칠 수 있음 | 업체가 수리 — 실무에서는 수리비 견적으로 정산하기도 함 |
| 못 고침 또는 분실 | 약정한 인도일·도착지 기준 그 물건의 가액 — 산 가격이나 새 제품값이 아님 |
| 업체 보험금을 내가 직접 받음 | 그 보험금을 뺀 나머지를 업체가 지급 |
수리라면 수리 견적서가, 가액이라면 같은 연식·상태 물건의 시세와 구입 영수증·모델명 같은 자료가 금액을 주장하는 근거가 됩니다.
예를 들어 수리 견적이 18만 원이고 업체가 가입한 보험에서 내가 보험금 10만 원을 직접 받았다면(예시 값), 업체가 낼 돈은 18만 원 − 10만 원 = 8만 원입니다. 실제 금액은 물건·상태·견적에 따라 달라요.
업체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생긴 손해이거나, 내가 실제로 생긴 손해액을 입증하면 그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 한도가 500만 원이라 그 이상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면 한 번 더 따져 볼 만합니다. 이사만 주선하는 업체가 의무로 드는 적재물배상보험의 사고 건당 500만 원은 가입해야 하는 최소액이지 배상 한도가 아닙니다.
알려야 하는 기한은 내 계약서가 정합니다
| 내 계약 | 공식 기한 |
|---|---|
| 표준약관을 쓰는 계약 | 짐을 받은 날부터 30일 안 통지 — 안 하면 일부 파손·분실에 대한 업체 책임 소멸. 청구는 받은 날부터 1년 안 |
| 약관이 다르거나 확인이 안 됨 | 이상을 말하지 않고 짐을 받고 잔금을 내면 업체 책임이 소멸할 수 있음 · 바로 알 수 없던 숨은 파손은 받은 날부터 2주 안 통지 발송 |
두 줄을 함께 덮는 방법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파손은 잔금 전에 기록하고, 나중에 찾은 파손은 발견 즉시, 늦어도 받은 날부터 2주 안에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알리는 거예요. 공식 마감이 아니라 어느 계약이든 안전하게 가려는 권고입니다.

업체 직원이 파손을 알고도 숨긴 채 짐을 넘겼다면 30일·1년 기한이 적용되지 않고 받은 날부터 5년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업체가 알면서 숨겼다는 점이 있어야 하는 드문 경우예요.
잔금 전에, 그리고 그 뒤에 할 일
- 계약서 확인: 표준약관을 쓰는지, 통지 기한이 며칠인지 봅니다. 약관 사본이 없으면 업체에 요청합니다.
- 이사 당일, 잔금 전: 짐을 풀며 주요 가구·가전을 확인하고, 파손 부위를 날짜가 남게 찍고, 팀장에게 알려 피해확인서(일시·물품·내용·서명)를 받습니다.
- 나중에 발견하면: 사진을 찍고 바로 문자·내용증명처럼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업체에 알립니다.
- 청구: 수리 견적서나 구입 영수증·모델명 같은 가액 자료를 붙여 배상을 요구합니다. 필요하면 사고증명서를 요청하세요. 업체는 요청이 있으면 사고 난 날부터 1년 동안 발행합니다.
- 거절·과소 제시: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상담한 뒤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를 신청합니다.
일반이사처럼 포장을 내가 했다면 포장 부실로 생긴 손상은 업체 책임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금·귀금속·예금통장·인감 같은 귀중품은 업체가 인수를 거절할 수 있는 물건이라, 따로 합의하지 않았다면 직접 들고 옮기는 게 원칙이에요. 벽·바닥·문틀·엘리베이터 같은 집·건물 손상은 이삿짐 손해가 아니어서 이 글의 30일·가액 기준 밖입니다.
증명은 업체 몫인데, 왜 사진을 찍으라고 할까요
여기까지 읽으면 이상한 점이 하나 보일 거예요. 증명은 업체가 해야 한다면서 사진과 피해확인서를 챙기라는 말이 계속 나오니까요.
표준약관이 업체에 맡긴 건 ‘주의를 다했다’, ‘면책 사유에 업체 책임이 없다’는 증명입니다. 그런데 다툼은 그보다 앞에서, 그 흠집이 이사 중에 생긴 게 맞느냐에서 시작될 수 있어요. 잔금 전에 찍은 사진과 팀장 서명이 있는 확인서는 그 앞단의 다툼을 줄여 주고, 기한 안에 알렸다는 사실도 문자·내용증명 같은 기록으로만 남습니다.
이사 뒤 챙길 돈은 짐 말고도 있습니다. 세입자로 살던 아파트에서 나왔다면 장기수선충당금을 집주인에게 돌려받는 법과 확인서 받는 법도 이사 직후에 함께 챙겨 두세요. 반대로 이사 중이 아니라 쓰다가 고장 났는데 부품이 없어 수리를 못 한다는 가전이라면, 이 글이 아니라 부품 미보유 수리 불가 때 감가상각 보상액 검산법의 기준으로 따집니다.
새집에서 짐 정리하느라 정신없는 날이겠지만, 잔금을 건네기 전 몇 분만 주요 가구·가전을 둘러봐 주세요. 그 몇 분이 나중의 긴 실랑이를 막아 줄 수 있습니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이사화물 표준약관」(제10035호) · 1372 소비자상담센터 · 한국소비자원 · 확인 기준 2026년 10월 16일
누진제 3단계, 전체 사용량에 단가가 붙을까?
전체가 아니라 기준을 넘긴 사용량에만 상위 구간 단가가 붙습니다.